부산에 사는 김모(67) 씨는 최근 당화혈색소가 9.2%까지 올라간 것을 확인했다. 5년 전, 처음 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가 인슐린 치료를 권했지만, 인슐린은 중독된다는 얘기가 많아 치료를 미뤘었다. 결국 당뇨망막병증으로 한쪽 눈 시력을 거의 잃은 뒤에야 급하게 병원을 다시 찾았다.
당화혈색소(HbA1c)를 1%만 낮춰도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21% 줄어든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22년 기준 전국 65세 이상 당뇨 환자는 220만 명.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은 고령인구 비율이 더 높다. 당연히 당뇨 환자도 더 많다. 40만 명을 넘는다.
 
당화혈색소 1%p 차이, 왜 중요할까?
문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는데도 오해 때문에 외면 받고 있다는 것. 대한당뇨병학회가 인용한 국제적 연구(UKPDS 35, 영국 당뇨병 전향연구)에 따르면, 당화혈색소(HbA1c)를 1%p만 낮춰도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21% 줄어든다. 또 미세혈관 합병증이 37%, 심근경색이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초혈관 질환은 43%나 줄어든다.
우리 혈액 속 적혈구에는 헤모글로빈(혈색소)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이 헤모글로빈이 혈당(포도당)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당이 붙는 당화(糖化) 현상이 생긴다. 혈당이 높을수록 더 많은 당이 헤모글로빈에 붙고, 이 붙은 정도를 퍼센트(%)로 측정한 것이 바로 당화혈색소(HbA1c)다.
적혈구 평균 수명이 약 120일이기에, 당화혈색소 수치는 최근 2~3개월 평균 혈당을 가리킨다. 특히 공복혈당이나 식후혈당처럼 식사나 운동, 스트레스 등 당일 상황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뇨 진단과 장기적인 혈당 관리에 가장 신뢰도 높은 데이터로 꼽힌다.
 
춘해병원 강아영 과장(내분비내과)도 정상 당화혈색소 수치는 5.7% 미만인데, 만일 6.5% 이상으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그때의 1%p 차이는 장기적으론 환자의 생사 여부를 가를 수 있다고 했다. 미세혈관 합병증 37% 감소는 곧 실명과 신부전 위험이 대폭 줄어든다는 의미라며여기에 심근경색 감소, 말초혈관 질환 감소 효과까지 합치면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고도 덧붙였다.
 
UKPDS 연구사 5000여 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다 보니, 당화혈색소 개선 효과는 명확하다. 65세 당뇨 환자 100명 중 매년 약 5명이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하는데, 당화혈색소를 1%만 낮추면 그 중 1명은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 지침도 이 연구를 근거로 당뇨 환자의 당화혈색소 목표치를 6.5% 미만&rsquo으로 설정하고 있다.
 
당뇨 완치,인슐린 끊기, SNS 뜬소문의 진실은?
이처럼 극적인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생활 현장에선 인슐린이 해롭다이걸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뜬소문은 넘쳐난다. 김 씨같이 잘못된 정보에 속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당뇨 환자들이 여전히 많다. 실제로 유튜브나 SNS에선 당뇨 완치, 인슐린 끊기같은 콘텐츠의 조회수가 높다. 더 솔깃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오해는 인슐린에 대한 편견. 인슐린은 한 번 맞으면 평생 맞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인슐린이 장기를 망친다는 얘기도 많이 나돈다. 반면, 강아영 과장은체외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면 오히려 췌장이 휴식을 취하며 회복하게 되고, 향후 인슐린을 중단한 후에도 그 효과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오해는 당뇨병 완치가 가능하다는 기대다. 강 과장은 아직 당뇨병의 완치법은 없다며 과장광고, 허위광고에 현혹되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다가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뇨병 치료의 최선은 잘 관리하여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것이라며 UKPDS 연구가 보여주듯, 엄격한 혈당 관리만으로도 사망률을 21%나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 진료 지침에 따르면, 조기에 인슐린 집중 치료를 3~6개월 시행한 후 췌장 기능이 회복되어 약물을 줄이거나 식이·운동요법만으로 관리 가능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강 과장은인슐린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가 편견 때문에 거부하다가 합병증이 심각해진 뒤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망설이는 3개월이 10년 후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일상에서의 혈당 관리는 어떻게?
그렇다면 당화혈색소를 1%p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강 과장은 식이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무리 효과적인 약물을 처방해도 환자의 식이조절이 병행되지 않으면 당뇨 조절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 당뇨 환자는 식사보다 간식이 문제가 될 때가 많다며 빵, 떡, 과자 등 고(高)탄수화물 음식 섭취에 주의하고, 적은 양으로도 고혈당을 일으키는 과일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동은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병행하여 일주일에 150분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강도로 실시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고혈당뿐 아니라 고혈압과 고지혈증 관리까지 함께 돼야 혈관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적극적인 관리로 건강을 되찾은 사례도 있다. 3년 전 당뇨 진단을 받은 박모(62) 씨는 적극적인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당화혈색소를 8.5%에서 6.2%로 낮췄다. 매일 아침 30분씩 걷기를 시작했고, 간식으로 즐기던 빵과 과자를 채소 스틱으로 바꿨다. 3개월마다 당화혈색소를 측정하며 스스로 관리 상태를 점검했다.
강아영 과장은 박 씨처럼 초기부터 제대로 관리한 덕분에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환자들이 많다며3개월이면 당화혈색소 0.5~1%p 낮추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당뇨 환자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지금 당장 자신의 당화혈색소 수치를 확인하라. 둘째, 6.5% 이상이라면 3개월 단위로 1%p 낮추기 목표를 세워 실천하라. 셋째, 인슐린이 필요하다는 의사 판단이 나왔다면 편견을 버리고 적극 치료받으라. 결국, 망설이는 지금 3개월이 향후 10년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도움말: 부산 춘해병원 강아영 과장(내분비내과). 동아대 의대를 나와 동아대병원에서 수련했다. 같은 병원에서 전임의까지 마치고, 춘해병원에 합류했다.